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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창작 원고

지구가꿈 2022. 10. 3. 15:19

장 문화가 사라져 간다

 

2022-07-23 안 용 태

 

어머니는 머리에 하얀 무명 보자기로 머리를 감추시고

어제저녁 씻어 불린 콩

점심 먹고 무쇠솥에 안치시고

불을 활활 돋우고 때로는 줄이며 쉬시기도 하셨다

뜨거운 김 요란히 뿜기도 숨죽여 눈물도 흘린다

이빨도 어림없던 콩은 성질을 버리고

노랗고 발갛게 손가락으로 집어도 뭉개진다

 

어두움이 깔릴 때

아버지는 만들어 둔 볏집 끈 12개를 들고 들어오시며

-눈이 내리네...

네 식구 집안이 분주해진다

 

한 말 들이 면 자루에 콩을 담고 잘 묶은 후

보자기를 덮더니 아홉 살 큰아들 보고 밟으라 하신다

-나도 할래~

여섯 살 막내가 소리첮다

 

절반이 넘게 짓이겨진 콩을

메주 틀에 베 보자기를 펴고 봉긋이 퍼 담은 후

보자기를 꼭 당겨 덮고 올라서서 밟으라 하신다

아버지는 틀에서 다져진 메주를 새끼 끈 위에 살며시 올린 후 묶어 놓는다

네 식구 열두 덩이 메주가 부엌 쪽 벽에 높이 걸리면

사로록 샤르륵 ...

첫눈 내리는 밤 초가집 호롱불이 꺼지고

매주 제조법 도 먼 하늘로 사라진다

 

 

 

 

 

 

 

 

불 꽃

2021 7 13 안 용 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어머니의 손

목화 꽃 밭침이 되시고

씨 여문 후

찬바람 이는 날

솜을 뽑아낸 빈 껍질에도

꼬 옥 보듬고 함께 사라지는

엄마의 마음

 

 

 

 

 

 

 

 

 

 

 

 

 

 

 

 

 

 

 

 

 

 

 

 

 

촛불 이 꺼질 때

2022 811일 안 용 태

 

화촉을 밝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숭숭 틈새 많은 시골 청년 그를

관리할 수 있는 사감을 자청할 수밖에 없었지

 

 

마지막 원산 출신 똑순이

 

환히 상대를 비추이기는 해도 시각은 달라

뭇사람 사이를 헤집어 살면서 험 적은 남편이기를 바랐지

육법전서와 맞짱 뜰 법령집을 항상보며 판단 해

 

지난해 가을 그 똑순이는 지는 해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머리에 얹은 법령집이 장 장 이 날아가고 있었어

질문을 하면 대답은

-나는 그런 적 없어

-생각 안 나

 

두어 방울 남은 촛물이 환히 밝히고 꺼지는 때

우리 험난했든 삶 이 세상 모던일 다 날리고

그토록 소망하는 곳으로

따스히 손잡고 가벼이 오르는 때

우리 잘 참고 잘 견뎌 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