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창작 원고
장 문화가 사라져 간다
2022-07-23 안 용 태
어머니는 머리에 하얀 무명 보자기로 머리를 감추시고
어제저녁 씻어 불린 콩
점심 먹고 무쇠솥에 안치시고
불을 활활 돋우고 때로는 줄이며 쉬시기도 하셨다
뜨거운 김 요란히 뿜기도 숨죽여 눈물도 흘린다
이빨도 어림없던 콩은 성질을 버리고
노랗고 발갛게 손가락으로 집어도 뭉개진다
어두움이 깔릴 때
아버지는 만들어 둔 볏집 끈 12개를 들고 들어오시며
-눈이 내리네...
네 식구 집안이 분주해진다
한 말 들이 면 자루에 콩을 담고 잘 묶은 후
보자기를 덮더니 아홉 살 큰아들 보고 밟으라 하신다
-나도 할래~
여섯 살 막내가 소리첮다
절반이 넘게 짓이겨진 콩을
메주 틀에 베 보자기를 펴고 봉긋이 퍼 담은 후
보자기를 꼭 당겨 덮고 올라서서 밟으라 하신다
아버지는 틀에서 다져진 메주를 새끼 끈 위에 살며시 올린 후 묶어 놓는다
네 식구 열두 덩이 메주가 부엌 쪽 벽에 높이 걸리면
사로록 샤르륵 ...
첫눈 내리는 밤 초가집 호롱불이 꺼지고
매주 제조법 도 먼 하늘로 사라진다
불 꽃
2021 7 13 안 용 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어머니의 손
목화 꽃 밭침이 되시고
씨 여문 후
찬바람 이는 날
솜을 뽑아낸 빈 껍질에도
꼬 옥 보듬고 함께 사라지는
엄마의 마음
촛불 이 꺼질 때
2022 8월 11일 안 용 태
화촉을 밝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숭숭 틈새 많은 시골 청년 그를
관리할 수 있는 사감을 자청할 수밖에 없었지
마지막 원산 출신 똑순이
환히 상대를 비추이기는 해도 시각은 달라
뭇사람 사이를 헤집어 살면서 험 적은 남편이기를 바랐지
육법전서와 맞짱 뜰 법령집을 항상보며 판단 해
지난해 가을 그 똑순이는 지는 해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머리에 얹은 법령집이 장 장 이 날아가고 있었어
질문을 하면 대답은
-나는 그런 적 없어
-생각 안 나
두어 방울 남은 촛물이 환히 밝히고 꺼지는 때
우리 험난했든 삶 이 세상 모던일 다 날리고
그토록 소망하는 곳으로
따스히 손잡고 가벼이 오르는 때
우리 잘 참고 잘 견뎌 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