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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옥 시인의 시 (울음을 접다)
지구가꿈
2024. 1. 5. 10:27
신수옥 시인 님의 시 6
울음을 접다
굵은 빗줄기에
밤의 경계가 지워집니다
쓰러질 듯 버티고 선 가로등
뺨을 적시는 세찬 비를 견디며
빗살을 뚫고 사방을 밝히는 일에 골몰합니다
비 그치고 날 밝으면
얼얼한 얼굴을 끄고
정물화의 오브제가 됩니다
창문 열고 바라본 하늘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구름이
제자리 찾느라 분주합니다
울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간밤 떠내려간 당신의 행방을 수소문합니다
당신을 아프게 연모한 날들
맘껏 울지 못한 울음 곱게 접어
슬픔의 공간에 넣어둡니다
처음부터 예정된 것은 아니었을까
위로가 되지 않는 착각을 합니다
그림을 빠져나온 가로등이
대본을 펼쳐듭니다
어둠에 갇힌 자들의 슬픔을 지우는 연극
조명이 하나둘 켜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