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이야기
해바라기 이야기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나들이를 가던 엄마와 딸은 가던 길을 멈추어 섰습니다.
딸이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저 해바라기는 햇님한테 삐쳤나봐.
한낮에 햇님께 등을 돌리고 있잖아?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니까
해바라기도 아침엔 동쪽을 보다가
저녁엔 서쪽으로 향하는 거 아니었어?"
"그렇단다.
하지만 그건 꽃몽우리가 맺히기 까지만 그렇지.
그땐 아침에 동쪽에서 햇님을 맞이하고
해질녘엔 아쉬운 마음으로 내일의 희망을 그리며 밤을 보내.
하지만, 점점 몸과 잎이 커지고 자라면서부터
얼굴 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햇님을 느끼게 된단다.
엄마도
모든 것을 주시는 그분의 사랑이
온 누리에 햇빛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단다.
그것도 넘치도록!
빛나는 햇빛을 쏟아부어 주시고, 또
신선한 바람을 마음껏 마시고도 남도록 주시고,
촉촉한 비도 골고루 내려 주시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여름의 절정에 선 해바라기를 보며
엄마는 다정하게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눈도
느낄 수 있는 마음도
이 모든 귀한 생명도
그분께서 주장하신단다."
3주 전, 문득
근무하는 시흥유통상가 內 수 많은 해바라기 꽃이
해를 향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며, 나도 꼭
위의 소녀와 같은 의아함이 생겼습니다.
사진도 찍어 보고, 인터넷의 자료를 검색해 보니
꽃 핀 어린 해바라기만이 해를 따라 다닌다고 하더군요.
새로이 알게 된 사실과 느꼈던 감흥을
서툴지만 끄적여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해바라기 꽃처럼, 온 몸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게 되어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게 됩니다.
인터넷을 뒤적이다 보니
참 좋은 시(詩)가 있어
이 또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하늘바라기
이승구
해를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해바라기 처럼
달의 주위를 맴돌수만 있어도 좋은 달무리 처럼
초여름 아침 햇살의 눈부심을 좋아하는 나팔꽃 처럼
가을 오후 들녘의 따사로움을 좋아하는 코스모스 처럼
나는 당신을 바라만 봐도, 당신 곁을 맴돌수만 있어도 좋은
나는 당신의 마음 속 한 송이 해바라기요, 달무리요
나는 당신의 마음 속 하늘을 바라만 보는
한 마리 하늘바라기랍니다.
해바라기 연가
이해인
내 생애가 한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실로
당신의 비단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은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 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살기 원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