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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길

지구가꿈 2010. 12. 25. 18:03

외로운 길

    

                          안 용 태 

 

 

가을비 내리는 영등포 시장 뒷골목

초로의 노인이 우산 깊이쓰고

몹시도 지친모습의 강아지를 품에 소중히 꼬~옥 안고 동물병원을 찾는다

 

의사선생님이

"내일은 안오시겠네요~"

"왜 그런말씀을? "        

"한번의 치료비가 개값보다... "

"아! 아닙니다 꼭 올겁니다   그런데  몇일이나? "

" 홍역을 앓고있습니다 삼  사일...."

등어리에 주사놓으니 테니스 공 만큼부푼다

사정없이 주무른다

강아지 ' 나살려 '  라고 소리 소리 요란하다

 

할머니 의 할머니된 그 때도그의 호칭은 강아지다

 

아내의 저녁 어스름 나들이에 졸망 졸망 따라간다

뒤오는 어느아주머니

"아이구 저렇게 못생긴 강아지  누가길러~" 라는 말을 듣고

아내가 '우리얘들 아빠' 라며 속으로  받아쳤단다

 

그 강아지 이름은 '나리'

어릴때 우리딸이 지어주었다

그래서 그런가~  강아지가 사라질때까지

나는 강아지를 나으리 처럼 대접했네

밥주고 목욕시키고 털 다듬고...

쥐약먹고 쓰러진것 세워 약 먹이고

 

그가 눈 어두워 문을 찾지  못할때 머리를 곱게만지며

"너 이제 좋은곳으로 가라  갈때가되었어 "

 바로 그날

퇴근전 전화는 아내의 슬픈 목소리

"나리가 없어 졌어요 "

해저녁에 골목을 다니며 "나리야 ~ " 하고이름부른다

흔적없이 사라졌다

 

나에게 없는 권한으로 삶과 죽음 을 갈라놓았나

지금도 내 마음에서는

나리가  까마득이  먼길을 비틀거리며 쓸쓸히 가고있다 

 

                                                                     2010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