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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신수옥 시인 님의 시

지구가꿈 2023. 12. 9. 17:54

배반의 모과
 
 
 


연분홍 고운 꽃 한눈에 반해
그다음은 생각도 안했어요
 
싱싱하게 맺힌 연두가 부러웠어요
풍성한 잎사귀 사이
햇살의 노랑을 반사하는 순한 외모
암팡지게 동글지 않은 향기에
가슴 설레기도 했는데
 
한입 베어 물다 놀란 혀
배신에 깨물려 피가 배어났어요
 
피할 곳 없는 벌판에서
빗줄기에 혼자 젖을 때
당신을 믿으며
따뜻한 품 애타게 기다렸어요
 
시리도록 환한 웃음
슬프도록 달콤한 말
아낌없이 주고 싶다는 눈빛
 
보이는 당신이 당신이 아니라서
새장에 갇힌 새처럼
열흘 밤낮을 울다
사흘을 더 울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