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리다
구름 뒤에 숨은 초승달
눈꼬리 촉촉한데
눈물 숨기며
모른 척 길을 가네
흑암을 딛고 홀로 걷는 일이
자고 깨는 일만큼이나 익숙해
지문처럼 새겨진 발자국
그대로 남아있네
검은 맨드라미 몇 송이 버티고 섰는
녹슨 철 대문으로
바람이 기척도 없이 드나드네
그늘이 세 들어 사는 방마다
몰래 들이친 꽃비가
주렁주렁 거미줄에 걸렸네
환하게 피지 못한 꿈이 먼저 와
어둠 속에 얼굴 묻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