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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옥 시인님의 다섯 번째 시

지구가꿈 2023. 12. 28. 19:57

거미줄에 걸리다

 

 

 

구름 뒤에 숨은 초승달

눈꼬리 촉촉한데

눈물 숨기며

모른 척 길을 가네

 

흑암을 딛고 홀로 걷는 일이

자고 깨는 일만큼이나 익숙해

지문처럼 새겨진 발자국

그대로 남아있네

 

검은 맨드라미 몇 송이 버티고 섰는

녹슨 철 대문으로

바람이 기척도 없이 드나드네

 

그늘이 세 들어 사는 방마다

몰래 들이친 꽃비가

주렁주렁 거미줄에 걸렸네

 

환하게 피지 못한 꿈이 먼저 와

어둠 속에 얼굴 묻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