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분할 때 획일적 개칭
주민들, 변경 캠페인 나서
충훈동·관양동·인덕원동
작년 조례 개정 통해 복원
경기 안양시에는 조선시대 국가에 공훈이 많은 공신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인 ‘충훈부’가 있었다. 일대는 ‘충훈부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충훈동’이라고 불렸다.
같은 안양시 내 관악산 아래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마을은 ‘관양동’, 조선시대 환관들이 내려와 거처하며 덕을 베풀었다는 마을은 ‘인덕원동’이라고 불렀다.
1990년 충훈동과 관양동, 인덕원동은 수백년간 불리던 이름을 잃었다. 당시 안양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며 행정체계 개편이 이뤄졌다. 충훈동은 ‘석수3동’, 관양동은 ‘관양1동’, 인덕원동은 ‘관양2동’이 됐다. 안양시 전체 행정동 31개의 이름 중 22개(70%)가 이런 ‘1·2·3동 방식’으로 지어졌다.
올 들어 이들 동네는 잃었던 옛 이름을 되찾았다. 안양시에서 작년 10월부터 조례로 시행한 ‘행정동 명칭 변경 사업’에 주민들이 적극 호응한 결과다.
10일 안양시에 따르면 석수3동과 관양1·2동 모두 명칭 변경 사업 참여 주민 80% 이상의 찬성률을 보였다. 석수3동은 다시 ‘충훈동’이 됐다.
시는 현재 ‘박달2동’도 옛 이름인 ‘호연동’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현동은 수리산 범고개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마을 이름이다. 산세가 험하고 나무가 우거져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는 데서 유래됐다. 최근 진행된 주민의견 실태조사에서 참여 세대의 62%가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
행정동 명칭 변경 사업은 ‘시민 주도’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시작은 안양지역 애향단체인 새안양회의 구교선 전 회장(62)이 2018년 주도했던 ‘우리동네 옛날이름 찾아오기 캠페인’이다. 캠페인을 계기로 ‘옛 동네 이름 되찾기’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고, 시가 실제 사업으로 구현했다.
5대째 안양에서 사는 ‘안양 토박이’인 구 전 회장은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관리하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고유 명칭을 모두 지운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름은 그 지역의 뿌리이자 지역민의 정체성과도 연관이 깊다. 아름다운 이름이 후세에도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안양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잘 된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