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무 다 뽑고
살짝 언 땅 위에 지난밤에 뒷산에서
누군가 내려와서 발자국을 남겼다
고양이보다는 체중이 두 배나 되는
누군가 걸어갔구나. 발자국을 보니
신발이 각각 이구나
구석에 남아 있는 파를
뽑아서 스티로 풀 박스에 심기를 바라는
그분의 말씀을 완성키 위하여
텃밭에 파를 뽑아
가지런히 눕혀 막 사진 한 장 찍어주고
하늘 아래에
빠알간 감이 추워 보이는데
날씨가 추운데..
그러거나 말거나 장미 아가씬
빨간 립스틱 칠하고 요염하게
높다란 담장 꼭대기에 걸터앉아
미모를 한껏 자랑해..